호이안에서 만난 인생 쌀국수 후기

베트남 호이안으로 여름휴가를 다녀오고 두 달가량이 지난 지금도 생각나는 쌀국수가 있습니다. 쌀국수를 먹으며 땀범벅이 된 얼굴에 땀인지 눈물인지 모를 무언가가 흐르는 묵직한 느낌. 인생 쌀국수를 만난 후기입니다.

 

 

쌀국수는 다 다르다

호이안 여행을 가면서 기대했던것 중 하나가 오리지널 베트남 쌀국수를 먹어볼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식당을 돌아다니며 쌀국수를 먹어볼수록 드는 생각은 '한국에서 먹던 쌀국수가 더 맛있는 거 같은데'였습니다. 그러나 하루 이틀 지나며 쌀국수를 먹어보니 조금씩 알아지는 것은 '아 우리나라 된장찌개, 김치찌개가 집집마다 맛이 다르듯이 쌀국수도 집집마다 조금씩 다르구나 였습니다.' 집집마다 면의 종류도 다르고 토핑도 다르고 육수의 느낌도 조금씩 다르다는 걸 알 때쯤 '포퉁'이라는 쌀국수 집을 구글 지도에서 찾게 되었습니다. 어느 분의 후기를 보니 인생 쌀국수라고 쓰셨기에 너무 과장이 아닌가란 생각이 들었지만 다음날 아침 조식을 먹고 가족들을 호텔에 남겨둔 채 자전거를 빌려 올드타운 인근 '포퉁'이라는 쌀국수 집을 찾아갔습니다. 베트남까지 와서 쌀국수를 정말 맛있게 한번 먹어보고 싶다는, 그래야 여행 온 보람이 있지 않을까란 생각이 컸던 것 같습니다.

 

쌀국수를 먹고 가슴이 촉촉히 젖어오다

오전 영업만 한다는 포퉁은 가정집 마당인듯한 곳에 테이블을 펼치고 영업을 하고 있었습니다. 아침을 드시는 손님들은 대부분 현지인들이었고 저는 젤 안쪽 카운터 옆에 앉았습니다. "포보 원"이라고 주문을 하고 "고수 노"라고도 말씀을 드렸는데 "고수 노"는 주인아주머니께서 듣지 못하신 것 같았습니다. 

 

포퉁 쌀국수 반찬

 

위 사진과 같은 반찬을 주셨는데 제가 이걸 쌀국수에 넣으려고 하자 주인아주머니가 달려와서 먹는법을 알려주셨습니다. 사진의 세 가지 소스를 적절히 뿌리고 숙주 등 채소와 잘 섞어서 먹으면 되는 건데 새콤하기도 매콤하고 각종 향도 거부감 없이 맛이 있었습니다. 풀들은 좀 더 먹으니 향이 강해져서 조금 힘들긴 했습니다.

 

 

포퉁 쌀국수

메인인 쌀국수를 한입 두입 먹다 보니 저도 모르게 고개가 끄덕여지고 인생 쌀국수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미각이라고는 일도 없는 제가 뭔가를 먹고 고개를 끄덕이고 있다는 건 맛 이외의 뭔가가 저를 자극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지금도 이해하기 어렵지만 분명 이 쌀국수는 시원한 국물 그 이상의 뭔가가 있었습니다. 가슴속 그러니까 위장이 아닌 제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는 그런 느낌을 받았고 그런 느낌이 참 신비로운 경험이라 생각됩니다. 

 

한 그릇에 3만 동(우리 돈 1500원), 더운 나라에서 뜨거운 쌀국수를 먹고 느낀 가슴 따뜻함, 그 감정이 뭔지 자세히 모르겠지만 그날 이후로 돌아오는 날까지 세 번을 더 저는 아침마다 호텔에서 가족과 함께 조식을 먹고 자전거를 빌려 '포보'를 먹으러 다녀왔습니다. 한국에 돌아온 지금도 가끔 생각나는 걸 보면 저도 인생 쌀국수라 불러도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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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찍기 좋은 베트남 호이안 논뷰 카페, 로빙 칠 하우스(Roving Chill house)

 

https://goo.gl/maps/tCjKJ5UKH7Cw5GcQ6

Phở Tùng · 51/7 Phan Chu Trinh Thị Xã Hội An, Phường Minh An, Hội An, Quảng Nam, 베트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