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부터 목동에 사시는 지인께서 선유도역 인근에 된장찌개가 너무 맛있는 집이 있다고 가자고 하셨는데, 굳이 점심을 먹으러 거기까지 가야 되나 싶어 미루다가 어제 다녀오게 되었습니다. 선유도역 인근 양평동의 전국구 된장찌개 또순이네 후기입니다.
또순이네집
9호선 선유도역 5번 출구에서 나오면 대략 300미터 정도를 걸어야 하는데 양평동 일대가 낯설어 가는 길이 더 길게 느껴지긴 했습니다. 목동 사시는 지인을 선유도역에서 만나 함께 걸어가면서 말씀을 해주시는데 또순이네 된장찌개는 꼭 초봄에 가야 한다고 하시는데 그 이유가 냉이 때문이라고 하셨습니다. 3~4월경에 나는 냉이의 향이 기가 막히다고 작년부터 가자고 하셨는데 지하철역 두 정거장이 뭐가 그리 멀다고 이제야 가는지 죄송한 마음도 들었습니다.
또순이네집에 도착해 보니 된장찌개 집으로 알고 있었는데 사실 고깃집이었습니다. 보통 고깃집에서 고기를 먹다 밥을 시키면 제공되는 된장찌개가 있는데 그 된장찌개가 너무 맛있었는지 점심 메뉴로 팔게 된 것 같습니다. 매우 넓은 홀은 2층도 있는 것 같았는데 저희는 1층에서 식사를 했습니다. 재밌는게 자리에 앉으니 먼저 숯불이 나옵니다. 그리고 뚝배기에 담긴 된장찌개를 숯불 위에서 끓이고 조금 지나니 숯불을 빼주시는데 이 넓은 식당에서 매번 저렇게 하시면 엄청 힐들겠다는 생각이 잠깐 들었습니다.
넓은 국그릇에 밥이 담겨 나오는데 이건 된장찌개를 비벼서 먹으라는 또순이네의 엄중한 명령이라 여기고 잘 끓고있는 된장찌개를 한 수저 퍼서 밥에 비벼 먹는데 구수하고 달달한 된장찌개의 맛이 일품이었습니다. 된장찌개에는 고기와 냉이, 고추, 크게 썰은 두부가 들어있었고 강된장과 된장찌개의 중간정도 되는 질감으로 비벼먹기에 딱 좋았습니다. 반찬도 4 찬이 나왔는데 무 말랭이와 초장이 얹어진 미역 그리고 푹 삭은 김치가 기억이 납니다. 김치는 정말 맛있게 먹었습니다.
이렇게 잘 먹고 너무 늦게온 죄송한 마음도 있고 해서 계산을 하는데 2인분에 14,000원이라 깜짝 놀랐습니다. 아... 이렇게 손님이 많은덴 다 이유가 있구나! 제가 근무하는 여의도는 1인분에 14,000원 아니 18,000원짜리 메뉴도 허다한데 점심값 7천 원은 또 다른 감동 포인트였습니다. 하지만 문밖을 나서니 또 다른 감동이 하나 더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포장은 선택이 아닌 필수
계산을 하고 나오니 지인께서 가져가라면서 쇼핑백을 하나 주시는데 된장찌개 포장이었습니다. 가격은 포스팅을 하기 위해 홈페이지를 검색해 보니 13,000원입니다. 아직 겨울이 채 지나지 않아서 냉이의 향이 덜 올라온다고 다음에 다시 오자고 하셨고 포장은 물만 넣어서 끓이면 된다고 하셨습니다.
출퇴근 때 지하철에 사람이 너무 많아서 뭘 들고 다니기가 여간 불편한게 아니지만 사주신 성의도 있고, 집사람과 아이들이 된장찌개를 좋아해서 맛보게 해주고 싶은 마음도 커서 불편하지만 들고 퇴근을 했습니다. 다행히 재료만 담아서 포장판매 하는 거라 그런지 냄새는 나지 않았습니다.
쇼핑백 측면에 쓰여 있는 대로 물 900ml를 넣고 끓였는데 사진에 보시는 것처럼 양이 장난 아닙니다. 청소년 2명 포함 4인 가족이 먹고 남아서 집사람은 아침에 다시 먹겠다고 할 정도였습니다. 단 제 생각에 물 900ml는 조금 많은 것 같았습니다. 점심에 먹은 된장찌개는 조금 걸쭉했던 반면 물을 900ml 넣고 끓인 된장찌게는 약간 연하다고 해야 할까요? 저 같은 경우엔 두 가지 맛을 다 맛본 것이니 괜찮았지만 식당에서 먹은 그 맛을 맛보게 해주고 싶었기에 아쉬움이 조금 남았습니다.
만약 포장을 해 가신다면 오래 끓이시거나 물을 700ml 정도만 넣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요즘처럼 물가가 장난 아닌 시기에 이렇게 저렴하게 맛있는 한 끼를 즐길 수 있다는 건 정말 훌륭한 일인 것 같습니다. 집사람과 저녁을 먹으면서 근처에 살면 일주일에 한 번 이상은 사다가 먹을 거 같다는 얘기를 할 정도였으니까요. 물론 너무 자주 먹으면 아무리 맛있어도 금세 질리겠지만요....
또순이네 주소는 서울시 영등포구 선유로 47길 16 오오 1004 빌딩이고, 전화번호는 02-2672-2255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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